이번주는 좀 잘 적어보려고 했는데, 가정보육 역시 힘들다… 그래도 일주일 만에 첫째는 나아졌다!
그런데 이번엔 감기다
목요일에 지어왔던 약을 다 먹어서 원래 다니던 소아과를 다시 방문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대기 12번이라니, 양반이지. 다른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대기실에 틀어져 있는 티비 삼매경에 빠졌는데 혼자만 싸돌아다니는 우리 아들내미. 그나저나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구내염에 걸렸었는데 나도 너무 생각없이 애기 마스크도 채우지 않고 병원에 와버렸다. 다음부터는 꼭 챙겨와야지.
잠시 대기 후 진료를 봤는데, 역시나 구내염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격리해제 소견서도 써주셨지만 다음주는 어린이집 방학이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하는군. 그나저나 요 며칠은 또 계속 누런코가 나오고 가래가 있다고 말씀드리니 구내염과 감기가 같이 왔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번엔 또 항생제와 감기약을 잔뜩 받아왔네? 왜 하필 레이저 치료 앞두고 있는 주에만 이렇게 쏙쏙 골라서 아픈지. 다음주 받으러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또 생각보다 며칠 약 먹었더니 콧물도 기침도 많이 좋아져서 피부과랑 연락끝에 그냥 예정일 대로 시술 받으러 가기로 했다. 이것도 정말 머리 터지게 몇 날 며칠을 고민 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먼저 사람이 될게
금요일에는 첫째 어린이집에 낮잠 이불을 가지러 잠깐 나갔었다. 겸사겸사 바로옆에 있는 놀이터에도 갔는데, 가고싶다더니 자기도 덥고 지치는지 몇 분 안놀고서는 먼저 집에 가자고 했다. 나온김에 나도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서 아아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첫째랑 손잡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보도블럭 안 쪽으로 첫째를 걷게 하니 옆에 수풀? 같은 곳에 나뭇잎에 팔이 좀 닿았나 보다. 갑자기 따갑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게 싫었는지 아니면 덥고 힘드니까 그랬는지 잘 걷다가 갑자기 안아달라고 했다. 나도 덥고 한쪽에는 낮잠이불, 한 손에는 커피까지 들고 있어서 번쩍 안아주기가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실 핑계고 어떻게하든 안아주려면 안아줄 수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때 당시에는 안아주지 않았다. “엄마가 이거이거 들고 있으니까 지금은 못 안아주고 손잡고 집에 가서 안아줄게.” 했더니 바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안그래도 요새 자기 말에 안따라주면 무조건 고성에 울음부터 시작하고 보는 게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길바닥에서 대뜸 또 이래버리니 나도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15분? 20분 정도를 길바닥에서 울린 끝에 나는 눈물 콧물에 침까지 범벅된 아이와 손을 잡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 만큼은 첫째한테 미안함도 있지만, 안되는 건 안된다는 걸 가르친다는 나름의 훈육에 성공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진짜 내 오기였던 것 같다. 거기서 그랬어야 했냐? 애기가 안아달라는게 나쁜일도, 하면 안되는 일도 아닌데. 이런 엄마도 엄마라고 낮잠 자다가 일어나서 없으니까 울면서 찾는다. 또 혼자 미안하고 마음이 짠해져서 어제보다 더 재밌게 놀아주려고 노력하고 안아달라고 하면 하던일 내려놓고 잽싸게 안아줬다. 애 키워서 사람 만드는거 쉬운 일이 아니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했는데, 내가 먼저 사람이어야 사람을 만들지. 나도 아직 사람이 덜 된듯… (아빠 미안)
그리고 조금 있으면 드디어 격리 했었던 둘째를 데리러 간다. 우리 가족 이제야 완전체! 나는 새벽수유 다시 시작… 🥹